본문 바로가기

전체 글122

불편과 감사 그 어딘가 서울역에서 평소보다 걸음이 느린 내 신발 뒷굽에캐리어가 닿는 느낌이 났다. 돌아보니 어떤 여자가 짜증 난다는 표정으로 나를 쉭하고 지나간다. 내가 발이 닿였는데, 보통 사과를 하지 않나? 라는 생각과 함께 나도 화가 불쑥. 올라온다. 평소 같으면내가 누구의 발에 닿인다면 사과를 하거나, 어떤 누군가 내 발에 닿인다면 사과를 받거나 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뭐 그럴 수 있다. 생각하다가도 그 여자의 옆얼굴에서 순간 보였던 짜증이지금의 나에게 불편하게 다가온다. 미친년. 이라고 읊조리다,어익후 그 정도까진 아닌데라는 생각이 차선을 바꿔 따라오는 차처럼 바로 따라붙는다. 아주 오랜만에 쓰는 비속어. 어떤 비속어든 '여성'의 끝말을 나타내는 욕이 더 심하게 느껴지는 건 내가 여성 이어서일까. 우선 지금 내.. 2026. 2. 12.
가만히, 천천히, 조심조심. 각자마다 모두의 상황과 컨디션을 가지고 하루를 보내는많은 사람들이 와글와글 모여있는 사무실. 더 바쁘게, 덜 바쁘게, 각자는 그렇게 오늘도 시간을 밀쳐낸다. 집에서 음식을 해 먹기가 어려운 요즘, 점심, 저녁 하루 두 끼를 회사에서 다 해결했다. 남이 차려주는 밥이 사실 가장 편하다. 약도 챙겨 먹고, 디스크와는 전혀 상관없이 자연스럽게 왕성한 식욕으로 디저트까지 야무지게 챙겨 먹는다. 맛있다. 지금은 뭐든 잘 먹는 게 좋겠지 뭐. 어느 순간 내가 사무실을, 그 안에 사람들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갑자기 사무실 안에 있는 나를 비추는 눈길로 나를 바라본다. 내 주위에 가득 앉아있는 사람보다 더 중요하지도, 덜 중요하지도 않은 한 사람. 뭐 물론, 회사에서는 중요도에 따라 연봉으로 줄 세울 수 있지.. 2026. 2. 10.
아프다 아퍼 일반 침을 맞는대도 신경이 엉덩이를 타고 허벅지를 넘어 종아리까지 울렁울렁거렸다. 저번주에 왔을 때와는 다르게 사람들이 넘쳐났다. 밖에 대기하고 계신 분들도 3명이나 있었고. 나한테는 너무나도 특이한 고통을 맞이하는 순간이지만, 의사의 입장에서 봤을 때 나는 엉덩이를 반쯤 까고 있는 그가 만나는 수십, 수백 명의 허리 환자 중의 하나라고 생각하니 드라마틱해지던 내 감정에 보송한 파우더를 뿌린 것처럼 진정이 된다. 그랬는데, 마취크림 바르고 진행하는 침도술보다는 나을 거라고 생각했던 일반침에서 몸이 움찔움찔한다. 나는 보통 모르는 사람들과 신체적인 접촉을 그리 선호하는 건 아닌데, 여기 마케팅 전략 중의 하나라고 생각하는 수고했다고, 어우 아팠어요~ 그랬죠~ 하면서 내 어깻죽지에 손을 올려주는 그 .. 2026. 2. 9.
통증 한 주 정도 무리하지 않았더니 점점 괜찮아진다고 생각했었는데, 어젯밤 샤워 후에 다리에 로션을 바르는데 뭔가 이상했다. 최대한 조심해서 한다고 했는데, 그 이후로 눕고 일어나는 것도 힘들었다. 자고 일어나면 좀 괜찮을까. 생각했는데 아침에 골반이 빠진 사람처럼 제대로 서있기도 힘이 들었다. 겨우겨우 아주 천천히 걸어서 (노인이 되면 이런 느낌일까)보통은 25분 정도 걸리는 거리를 2배나 걸려서 회사에 도착했다. 중간에, 돌아갈까.라는 생각을 여러 번 했는데 왜 돌아가지 않았을까. 집에 있으면 그저 누워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것이 조금 더 무서웠을까. 아침에 침대에서 일어나지 못해 온몸에 열을 내며 낑낑대던 나에게 문득. 119를 불러야 하고, 그래서 사람들이 오면 지금 이런 집 상태를 보고 어떻.. 2026. 2. 3.
현실과 꿈 꿈을 꾸지 않았나.그럴 리가 없겠지만, 기억이 전혀 나지 않는다. 밤새 눈이 와서 창 밖으로 보이는 바깥세상이 파우더를 입힌 것처럼 뽀얗다. 카페로 나갈까, 고민하다내일부터 출근하고 계속 나가있을 텐데 뭐. 하며나갈 생각을 접는다. 대신, 허리를 반듯하게 세우고회사 업무를 시작한다. 요새 왜 이렇게 단 것이 땡기는 것일까. 예전에는 최대한 참았는데 요샌 그냥 사서 먹는다. 내가 나를 돌본다. 노트북 너머로 보이는 발을 바라본다. 가지런히 잘린 발톱과. 여름 햇빛을 잘 받아 건강하게 잘 그을러진 발등. 괜히 움직여 본다. 내가 발을 바라보는 지금은 현실인가. 우리의 인생이 끝날즈음엔 파노라마처럼 휙휙 기억들이 나를 스치고 죽음, 그 시점에 깨어나는 건 아닐까. 그럼 지금 내가 이 발을 가지.. 2026. 2. 2.
6년 전의 나에게 6년 전 내가 썼던 일기들을 정리해서 브런치북을 만들고 있는데, 6년 전 나에게 이야기를 듣는 기분이다. 그때의 내 모습과, 내 생각과 감정. 굵직하게는 비슷한 결이지만, 그래도 그 안에 나를 조금 더 소중하게 대해주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든 것은 6년 전 나는 나에게 지금보다 훨씬 더 가혹하고 혹독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글을 읽을 때'잉...? 이렇게 까지 생각했다고?''너무 자책하는 거 아냐?''허어.. 그건 너(6년 전 나)가 잘못한 게 아니지, 그것까지 왜 끌어와서..'라고 생각하는데, 나는 이런 내 모습에서 그때와 지금의 내 모습에서의 변화를 체감한다. 잘 몰랐던 것 같다. 나를 사랑하는 게 어떤 의미인지를. 깊이 생각해 본 적도 없었을뿐더러, 부모님의 사랑은 그 사랑대로 너무나도 익숙.. 2026. 2. 1.
용아맥 아바타3 (약간 스포 있을 수 있음) 나는 사람이 바글바글 너무 많은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어찌 됐든 사람은 적응하는 동물이라, 내가 살고 있는 곳에서 단점을 더 쉽게 느끼기 마련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에 살아서 좋다. 라고 생각한 적이 가끔 있다. 용산 아이맥스에 갈 때마다 나는 그 웅장함에 설레이고 압도되는 동시에, 그 공간 속에 존재하는 나를 즐긴다. 아바타 2가 개봉되었던 2022년,와 그것도 벌써 4년 전이구나. 처음, 겨우 새벽타임에 명당자리를 구해 아침 일찍 용산역으로 향했다. 이렇게 이른 아침에도 운동장만한 영화관에는 사람들이 가득가득했고, 3D안경을 쓰고, 첫 화면이 시작하자마자 그 웅장함에 눈물이 찔끔 났다. 내가 이런 경험을 할 수 있음에. 여기서 이런 영화를 볼 수 있음에. 감격스럽고 고마웠다. 4년.. 2026. 1. 31.
나를 위한 소비 1 - 피부과 얼마 전에 왜 나는 나에게 인색할까. 생각하다가, 나에게 선물을 해주자고 생각했다. 그런데 나는 물건에 대한 욕심이 크지는 않아이것에 대해서도 내가 진짜 물건에 대한 욕심이 없는지, 억누르는 것은 아닌지에 대해서도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물론 비싸고 좋은 것들을 가지면 좋겠지만, 지금 살고 있는 집에 더할 물건은 없는 것 같다. 집 크기가 크지 않기에, 내가 가지고 있는 적은 물건들로도여유롭단 느낌은 들지 않으니까 말이다. 그래서 내가 나에게 할 수 있는 선물을 찾아보다, 비싸서, 여러 번 가야 해서 귀찮아서, 아플까 봐, 미뤄왔던 피부과로 향했다. 오늘 가는 것도 사실, 2번 이상 예약을 취소하고 오늘도 여드름이 하나 크게 낫는데, 가도 되냐고 괜히 물어보고 내원하는데 아무 문제없다는 답변을 듣고.. 2026. 1. 29.
명명의 힘 나는 내 생각이 내 몸의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는 걸 경험으로 잘 알고 있다. 내가 걱정하며 그런 증상인가.라고 생각했을 때 정말로 그런 감각들을 느꼈고, 나중에 그게 아니란 걸 알고 나서는 감쪽같이 그런 증상들이 없어졌으니까. 건강염려증이 조금 있는 나는, 구글에 증상을 입력해서 병명을 찾는 것을 의도적으로 피한다. 이런저런 증상을 쳐 넣으면, 세상의 모든 크고 작은 병의 증상으로 둔갑하기 쉬우니까. 허리가 약하고 뻐근함. 에서 하룻밤새 허리디스크 판정을 받은 환자. 라는 이름을 붙이자마자, 앉고 일어날 때, 누웠다 일어날 때, 정말로 환자처럼 조심조심 몸을 움직이는 나를 마주한다. 사실 저번 주 내 허리에서 약을 먹고 있는 이번 주 갑자기 어마어마하게 나빠지지 않았을 건데, '허리디스크'라는 .. 2026. 1. 28.
그래도 해야지 뭐. 일을 하나씩 진행하게 되었는데, 뭔가 좀 싫은 느낌과 그냥 해야지. 하는 생각이 혼재한다. 생존본능으로 후자의 생각이 싫은 느낌을 찍어 누른다. 갑자기 많은 사람 앞에서 화상회의로 5분 정도 진척현황을 발표하라는데 뭔가 부담스럽다. 그래도 뭐. 해야지 뭐. 필라테스 다녀와서 늦은 밤 2시간가량 진행한다고 생각하니, 좀 짜치지만 그래도 뭐. 해야지 뭐. 호/불호를 가지지 말자고, 결국 다 흘러가버려 의미 없다는 걸 머리로는 잘 알고 있으면서도, 그게 참 잘 되지 않는다. 싫은 마음이 오락실의 두더지처럼 여기저기서 우후죽순처럼 올라오고 500원짜리 동전을 얼마나 넣었는지 게임이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어쩌겠어 뭐. 해야지 뭐. 2026. 1.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