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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롬 스크래치, From Scratch, 넷플릭스 드라마 리뷰(스포주의)

by wisdomryu 2023. 7.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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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 드라마 장르를 개인적으로 선호하지는 않아 여러 번 망설였던 드라마인데, 넷플릭스 상 미리 보기에서 내가 평소에 좋아하던 배우인 Zoe Saldana가 남자 주인공이 셰프로 있는 레스토랑에서 음식을 먹는 그 장면이 눈길을 끌었다. 노래 멜로디와 가수의 음색이 너무나도 아름다워 드라마를 다 보고 나서 50번 정도는 반복해서 들고 있는 Malika Ayane의 Nel Blu Dipinto Di blu도 그 장면에 찰떡이라 뭐 너무 꽁냥꽁냥하면 안 보면 되니까 라는 마음으로 가볍게 시작했다가, 결국 8편을 다 보고 새벽 4시에 잠이 들고, 그다음 날 일어나니 눈이 퉁퉁 부어 조개모양이 되었다. 

 

 

 

영화의 원작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로 실화를 바탕으로 한 템비 록의 소설 <From Scratch: A Memoir of Love, Sicily and Finding Home>를 영화로 제작하였다. 책의 표지에 적혀 있는 것처럼 사랑과 시슬리, 그리고 진정한 Home을 찾는 회고록이라고 볼 수 있다. 처음에 생각했던 단순한 로맨스 드라마가 아니라, 인생을 함께 헤쳐나가기로 결심하고, 내가 선택한 사람을 사랑하고 가정을 꾸리고, 그 과정에 있는 많은 어려움과 행복을 온몸과 마음으로 받아내며, 결국엔 처음에는 배척하던 원가족과도 서서히 유대를 가지며 결국엔 진정한 가족이 되는 인생드라마여서 나에게는 더 의미 있게 다가왔던 것 같다. 현재 넷플릭스에서 시청 가능하며, 8편으로 나눠져 있다.  

 

줄거리와 느낀 점

 

낯선 곳으로의 여행은 두근거림으로 가득 찬다. 2000년대 초반을 배경으로 영화는 이탈리아의 아름다운 도시 플로렌스에서 시작된다. 아버지의 기대인 법학대학 입학과 자신의 꿈인 예술 사이에서 갈등하던 주인공 Amy Wheeler는 자기가 모은 돈으로 빠듯하게 단기 미술 수업을 듣기 위해 이탈리아로 떠나왔다. 거기서 매력적이고 자기에게 너무나도 스위트한 셰프와 가까워지게 된다.

 

난 여기서 사람이 다른 어떤 사람과 '사랑'에 빠질 때에 공통점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서 볼 수 있었다. 잠깐잠깐 나오는 흑인에 대한 차별이 보였고, 미국 텍사스에서 자수성가한 아버지 밑에서 사회적 지위 달성에 대한 압력을 받고 자란 Amy는 비슷하게 이탈리아 나에서 시칠리안으로, 자기의 꿈을 위해서 요리를 하러 플로렌스까지 나와 살고 있는 Lino에게 동질감과 동경심, 매력과 끌리는 감정을 느끼게 된 것 같다.

 

곧 떠아냐 하기에 마음을 숨기던 Amy는 미국으로 돌아가기 전날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게 되고, 그 후로 장거리연애를 1년 반 정도 지속하다 Lino가 그녀와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 미국으로 이동해 오게 된다. Lino에게 생각보다 미국에서의 첫 생활은 평탄하지 않고, LA에서 지내고 있는 그들에게 Center가 없다고 느끼는 Lino에게 Amy는 서로의 Center가 되어주기로 하고 청혼을 하며 그들은 결혼을 준비하게 된다.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그들의 어려움이 너무나도 공감이 되었다. 보통 마지막에 많이 운다고 하던데, 나는 첫 화의 강렬했던 아름다운 만큼 서로 함께하기 위한 그들의 노력이 절절히 공감되어 마음이 많이 아려왔던 것 같다. 결국 하루하루 함께 하고자 하게 되면 그것은 '현실'이 되고 각자의 삶이 우선 만족스러워야 한다는 것. 나를 위해 지구 반바퀴를 돌아 다가온 사람이 정착하는 과정에서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는 것, 내 커리어는 안정적이게 발전하고 있는데 그의 것은 그렇지 못할 때 느껴지는 복합적인 감정들. 

 

서로가 서로를 처음 발견한 플로렌스에서 결혼식을 올리는 둘. Amy의 가족도 그 나름대로 골치가 아프고, 아버지와의 골이 깊은 Lino는 결국 가족 없이 결혼식을 진행하게 된다. 

 

가족의 인정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되었다. 여자 주인공의 부모님도, 남자 주인공의 부모님도, 자신이 살아온 인생에서 최고의 가치라고 생각하는 것에 어긋나게 행동하는 자식들을 포용하지 못하고 그들의 꿈을 짓밟고, 그들의 인생을 인정하지 않는다. 이런 상황은 누구에게나 일어나는 것 같다. 유연하지 않으면 한 가지의 가치에 맹목적으로 가치를 두게 되고, 그것에서 벗어나는 방향을 배척하게 된다. 나 목숨보다 소중하다는 나의 자식이 진심으로 원하는 꿈과 방향, 결정으로 자식 그 자체를 부정할 수 있을지... 나도 부모님과의 대화가 그렇게 흘러갈 때는 섭섭한 감정이 올라오고, 있는 그대로 사랑받지 못한다는 생각에 내 스스로가 안쓰러워질 때가 있다. 이렇듯 우리 모두는 부모님의 인정과 무조건적인 사랑을 열망한다. 특히 Lino의 인생 전체는 아버지에게 인정받기 위한 그의 처절한 노력이라고도 볼 수 있었다. 결혼은 개인 2명이 모여 가정을 꾸리는 것이지만, 그 2명이 속해있는 가정과의 결합이기도 하다. 결국 내가 선택하게 되는 배우자의 가족도 모두 선택하게 되는 것이다.   


다시 로스앤젤레스로 돌아온 두 사람. 에이미는 직업상의 갈림길에 이르고, 리노는 드디어 자기가 하고 싶었던 요리로 사람들을 기쁘게 하는 셰프로써의 기회를 붙잡는다. 하지만 충격적인 소식이 앞으로 나아가려는 두 사람을 가로막게 되고, Lino의 건강악화의 불편한 진실을 직면해야 하는 에이미와 리노, 그리고 가족들은 이를 통해서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고 더더욱 가까워지고 끈끈한 가족이 되어간다. 

 

여자 주인공의 심리 표현이 정말 섬세하다고 생각했다. 몸이 아픈 남편을 위해 계속해서 일을 해야 하고, 그러는 와중에도 그녀는 헌신적이고 꾸준한 사랑을 계속적으로 표현한다. 난 이 드라마를 보면서 지금까지 가지고 있던 결혼에 대한 내 관점이 조금 더 깊어진 것 같다고 느낀다. 지금까지는 상대방의 사랑을 받는 것에 더 포커스가 맞춰져 있었다면, 이 드라마를 통해, 내가 상대방이 어떠한 상황과 모습을 하게 되어도, 끝까지 함께하려는 의지와 사랑, 애정, 우정, 의리를 가지고 나아갈 수 있는지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된 계기였다.  


그들은 가정을 꾸리기로 하고, 사랑스러운 딸 Idalia를 오랜 기간을 기다려 입양하게 된다. 아이를 키우는 과정에서 예상할 수 없는 일련의 어려움과, 그보다는 훨씬 더 큰 새로운 아이에 대한 사랑의 감정이 점점 더 커져간다. 

 

가족은 내가 선택하는 거라고 얘기하는 Amy의 대사가 마음속에 깊이 남았다. 내가 태어난 원가족과는 달리 가정을 꾸리게 되면 내가 선택하는 것이고, Lino의 건강상태로 인해 늘 마음 졸이며 살아가고 있는 그들과 입양한 Idalia와 오래도록 함께 하고 싶어 하는 그들의 바람이 지금 평범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건강과 가족의 소중함을 너무나도 잘 보여주는 것 같다.  


Lino에게 다시 재발된 암. Lino와 Amy, Idalia는 가족들의 지지와 격려를 받고 앞으로 닥칠 일에 대해 준비를 하게 된다. 

 

Lino의 입장에서의 죽음에 대한 공포와 좌절, 슬픔뿐만 아니라 그의 가족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동시에 너무 잘 보여서 마음이 아렸다. 병원에서 검사와 검사를 지속하던 그들에게 간간이 보이는 호스피스 광고와, 대사와 각각 연기자들의 연기에서 혼란스러운 그들의 마음이 그대로 투영되어 보이는 듯했다. 

 

Lino는 자신의 유해를 고향인 시칠리아에 뿌려달라고 부탁하고, 그가 죽은 후 엉망진창으로 일상을 놓아버렸던 Amy는 가족의 격려와 응원으로 딸 Idalia와 함께 시칠리아를 찾게 된다. 시칠리아에서 Amy는 Lino의 엄마와도 가까워지게 되며 시칠리아에서 가족의 일원으로 인정받으며 유대의 새로운 시작을 맞이하며 영화는 끝이 난다. 

 

나도 삶의 마지막에 다다르면 내가 태어난 곳으로 돌아가고 싶게 될까? 이 드라마는 나에게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했다. 사랑과 우정, 꿈, 전통과 자신의 꿈 사이에서 흔들리는 것, 꿈과 현실 사이에서 고민하는 것, 가정을 꾸리는 것, 건강과 병, 그 과정에서 오는 지난한 과정과 이를 함께 헤쳐나가는 모습, 이를 통해 진정한 가족이 되어가는 과정, 그리고 마지막으로 헤어짐에 대해서 까지 말이다. 오랜만에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주제로 한 사람의 인생을 관객의 입장에서 바라보며 주인공과 함께 울고 웃었던 것 같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이 드라마를 시청하면서 감동과 눈물, 삶의 희로애락 앞에서 일렁이는 마음을 마음껏 경험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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